By 에디터 박세환 불안한 현대인에게 전하는 “가짜휴식” 탈출법, 제주 해녀의 숨비소리에서 찾은 힐링
새벽 2시, 방 안을 가득 메운 모니터 불빛 아래 나는 손가락을 멈추지 못하고 스크롤을 이어갑니다. 눈은 피곤하고 머리엔 하루의 무게가 남아 있지만, “잠깐만, 이거 한 편만 더 보면 괜찮아질까?”라는 변명으로 화면을 계속 탐색합니다.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바쁘다”고 답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마치 무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 있는 듯, 끊임없는 업무와 책임 사이를 메우려 손에 쥔 가장 쉬운 탈출구는 스마트폰입니다. 화면 속 짧은 위안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더 깊어진 공허함과 피로입니다.
우리는 종종 “잠시 쉬어야지”라며 SNS와 짧은 영상을 넘깁니다. 알고리즘이 맞춘 콘텐츠는 순간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그 뒤엔 아직 메우지 못한 정신적 갈증이 남아 있습니다. 타인의 완벽하게 다듬어진 삶을 보며 나를 점검하고, 끊임없는 클릭은 뇌를 과부하시켜 집중력을 흐트러뜨립니다. 이런 가짜 휴식은 갈증을 달래려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 순간은 시원하지만 몸은 더 목마릅니다. 진정한 쉼은 소음을 차단하고, 내면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제주 해녀들의 ‘숨비소리’입니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물을 가득 채운 뒤, 물 위로 올라와 길게 휘파람 같은 숨을 내뱉는 그 소리는 단순히 숨을 쉬는 행위가 아니라 극한의 환경을 견뎌낸 안도감이자 다시 바다로 뛰어들 용기를 얻는 의식입니다. 우리 일상에도 이런 ‘숨비소리’가 필요합니다. 업무와 인간관계라는 깊은 바다에서 잠시 떠올라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스스로를 점검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변의 알림을 끄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그 순간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진정한 회복입니다.
잠시 화면을 끄고 눈을 감은 채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물결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를 기다려 보십시오. 그 순간 머릿속에 흐르던 잡음이 서서히 사라지고, 몸 안에 고요함이 스며듭니다. 짧은 멈춤이 쌓여 하루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새벽의 어둠도 부드러운 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이 글에서 다룬 ‘가짜 휴식’과 ‘숨비소리’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것들 N차보고서, 잘하는데 불안합니다’ 에서 더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구체적인 실천법과 사례, 그리고 현대인이 겪는 불안과 성공 사이의 미묘한 심리를 상세히 풀어내니, 조금이라도 궁금하시다면 한 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 안의 작은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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